1년 전, 학창시절 제일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수다를 떨던 중, TV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통일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겐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남북정상 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설레임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본 하루였다. 뜨거운 무언가가 내 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사라져가는 이성을 부여잡고 최대한 차분히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친구를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친구의 입장은 더 완고해졌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끊임없이 내놓았다. 그녀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내가 더 잘 알거라고 말하..
윌리엄 맥어스킬의 를 덮고 나서 내가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은 두가지였다. 첫째, 내가 올바른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는지 의심해보았고, 둘째, 사람들이 선행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Doing Good Better이라는 원제를 보면 이 책의 핵심이 한번에 와닿는다. 어떻게 하면 착한 일을 좀 더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윌리엄 맥어스킬은 상세하고 구체적인 조언을 통해 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매력적인 주제일 것이다. 저자는 엄청난 돈이 투입된 플레이펌프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며 선한 의도가 예기치 않은 역효과를 가지고 온 사례를 소개한다. 알고 있던 그렇지 않던 우리 모두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무늬만 착..
학창시절, 내 초점은 세속적 성공에 맞춰져 있었다.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한 생각은 자연스레 권력과 명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난 어떻게 하면 힘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진로를 선택했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학업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린 것이다.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후, 정신을 차린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언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패에 쉽게 굴하지 않고 외부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내면의 힘 말이다. 그리고 성공도 이러한 자기 단련이 선행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
2016년, 처음 런던의 아침 거리를 보았을 때, 난 활기차고 멋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런던의 중심 홀본에 위치한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던 첫날, 정장을 쫙 빼입은 런던의 직장인들을 보며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에 서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들의 바쁜 발걸음은 나의 아침을 깨우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내 대학원 생활도 그렇게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한 달, 두 달이 흐르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마냥 신나고 새롭기만 했던 나 홀로 유학 생활도 서서히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수업과 과제, 공부, 시험. 혼자 보내는 시간. 낯선 곳에서 느꼈던 처음의 설렘은 점점 타성으로 바뀌어갔다. 매일 아침 서울역처럼 복잡한 리버풀가 역을 통과해 좁..
우리는 분명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IMF이후 공무원, 공기업 같은 안정성이 최우선 조건이 되었고, 이제는 취업 잘 되는 분야가 대학 학과나 직업 선택의 기준이 됐다. 주위를 둘러보면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능력이 많은 사람들조차 그저 연봉이 높은 회사라서, 안정적인 직업이라서, 혹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일이라서 특정 직업을 선택할 뿐이다. 슬프게도 평생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살 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 ..
취업 준비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직장에 입사 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장생활 경험이 거의 없던 나에게 반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많이 실수했으며 많이 자책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은 시기였다. 매우 기본적인 것들조차 현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은 내가 사회초년생으로서 6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시금 되새기게 된 것들이다. 첫째, 완벽에 대한 집착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입사 초반, 대부분의 신입들이 저지르는 실수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바로 뭐든 '잘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지나쳤던 것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매달렸고, ..